엄마를 홀로 둘 수 없어 아들 딸집에서 보내게 되었고 우리집에서도 일주일 정도 함께 있었다. 딸집에 올 때면 한가득 음식거리를 싸 오셔서 집 구석 구석 정리도 해주고 시장을 봐서 먹을 것을 해주려고 하셨다. 밤새 이야기를 하고 금방 나물도 주물러서 후다닥 반찬도 해 주던 엄마는 더 이상 없었다. 정말 허깨비처럼 부서질 듯한 백살에 가까운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엄마는 무기력했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대화를 하려고 하면 온통 아빠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득한 옛날 이야기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쉼없이 하셨다. "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우리딸들 옷사주기로 했는디..." "무슨 옷?" "맨날 딸들이 사준 옷들이며 화장품이며.... 나도 우리딸들 젤 좋은 옷 한벌씩 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