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리씨~"
발신음이 한참 지난 후 명랑소녀처럼 나를 부른다.
"TV 보느라 늦게 받았어?"
"네~"
"저녁은 드셨나요?"
"네~"
"뭐 드셨어?"
"개구리 반찬에 많이 묵었다~"
"뭐시여? 힝.. 메뉴를 못 말하는거 보니까 대강 먹었구만!!"
"하하하... 아니야~"
"오늘은 요가 다녀 왔겠네? 이쁘게 하고 갔다 왔어?"
"니가 보낸 요가옷이랑 양말 신고 갔다 왔다. "
"최대한 널널하고 시원한 걸로 고른 건대... 양말이 발등이 구멍이 난거 같아도 괜찮지?
할머니들이 뭐라고 해?"
"아니~ 그래도 내가 입는것 보고 좋다 했어~"
"그래야지... 서울 사람들은 다 그런거 입어.. 뭐라하면 막내딸이 보냈다고 하고 옆에 앉은 할머니 양말 하나줘"
"저번 보다는 몸이 많이 부드러워 졌어? 선생님은 잘 따라하고 있어?"
"할 수 있는거만 천천히 따라 하라고 했어. 우리 딸 배고프 것다"
"아니야.. 버스 오면 금방 집에 가는데 뭐."
"아이고..그래도 저녁 먹어야하고 치워야하고...."
"괜찮아. 나도 엄마처럼 개구리반찬에 대강 먹으니깐 금방 먹어"
"안되지. 니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잘 먹어야지."
"엄마 ~ 버스 온다."
"그래.. 얼른 들어가라."
"우리 행자씨 사랑해요~"
"나도 우리 딸 사랑하지~"
"낼 또 통화해."
"오냐~ 내 복딸~"
행자씨는 올해 팔십 다섯살 남쪽 끝 시골에 계시는 울 엄마다.
열아홉에 시집와서 아빠 그늘에 사신 천상 시골 할머니다.
작년 가을 아빠가 돌아가신 후 정신을 놓으셨다.
뇌경색이 오셔서 쓰러지기도 하시고 풀썩 주저앉아 일어나기도 힘들어 하셨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바로 따라가면 자식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할까봐 2년은 꼭 버티고 사시겠다고 하셨다.
계속 아들집 딸집을 오가면서 겨울을 보내셨다.
다행히 병원에 다니고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설날이 지나고 엄마집에서 서서히 혼자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주 2회 생활보호사가 와서 말동무도 되어주고 센타 다니면서 주 2회 요가를 하면서 다른 할머니들과도 식사도 하실수 있으셨다.
퇴근길이면 늘 집에 가는 버스 기다리며 엄마랑 통화를 한다.
오늘도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명랑한 목소리로 막내딸과 통화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