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씨의 홀로서기

금수저의 의미

Kongtree 2023. 7. 4. 23:49

엄마를 홀로 둘 수 없어 아들 딸집에서 보내게 되었고 우리집에서도 일주일 정도 함께 있었다.

딸집에 올 때면 한가득 음식거리를 싸 오셔서 집 구석 구석 정리도 해주고 시장을 봐서 먹을 것을 해주려고 하셨다.

 

밤새 이야기를 하고 금방 나물도 주물러서 후다닥 반찬도 해 주던 엄마는 더 이상 없었다.

정말 허깨비처럼 부서질 듯한 백살에 가까운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엄마는 무기력했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대화를 하려고 하면 온통 아빠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득한 옛날 이야기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쉼없이 하셨다.

 

"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우리딸들 옷사주기로 했는디..."

"무슨 옷?"

"맨날 딸들이 사준 옷들이며 화장품이며.... 나도 우리딸들 젤 좋은 옷 한벌씩 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서?"

" 아빠가 읍내가서 사주라고 해서 내가 안한다고 했다. 울 딸들은 백화점에서 사준다고 하니까... 백만원이 더 들더라도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그럼 엄마가 사주면 되잖아~"

 

평생 아빠가 경제권을 가지고 있어서 엄마 마음대로 한번도 써보질 못하셨다.

 

"내가?"

"그래... 죽은 아빠한테 사주라고 할 수는 없으니깐... 엄마가 사주면 되것네"

"그르까~"

"...  옷은 한철 이잖아.. 좀더 의미있는 것을 하면 안될까?"

"뭐시 있으까?"

"접때 엄마 손손주~ 백일 생각해서 금은방 갔더니... 금수저 있드마.. 그걸로 하면 되것네"

"그래~ 좋다. 그걸로 해야것다. 숟가락이 크냐?"

"아니 아주 귀엽고 작어. 한돈 짜리도 있고 두돈 짜리도 있고.."

"두돈은 해야것네."

"울 엄마 통도 크네~ 근데 엄마~ 우리 딸들 만 줄라고?"

"그럼?"

"그래도 며느리들도 줍시다. 미우나 고우나...

아니다. 엄마 ~ 솔직히 더 잘한 사위들도 줘야 하지 않아?"

"다 줘야것다. 오빠들도~"

"엄마~ 이번 설에 와서 새배한 사람들만 줘~

누구하나 안 온 사람은 빼고 절대 주지마. 앞으로 더 효도하라고!!"

"그래야지~"

 

처음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씀 하셨다.

금수저 뒤에 엄마 이름과 날짜를 레이저로 각인시키고 아무도 모르게 설날을 기다렸다.

 

다행히 금수저들은 각자에게로 갔고 얼마 만큼의 무게로 마음속에 새겨 졌는지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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