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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여행

여수에 친한 친구가 살고 있다. 함께 있으면 맘이 편해지고 그간 살아왔던 이야기도 계산없이 술술 풀 수 있는 그런 친구… 너무 떨어져 살아왔고 오랜 기간 동안 만나지 못해 늘 아쉬움만 가득했다. 지난 6월달에 친구가 서울에 왔다. 그간 미뤄왔던 만남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휴가를 맞아 가게 된 것이다. 가족과 함께 여행 가려다 훌쩍 나 혼자만 가고 싶었다. 휴가철이라 기차표는 매진 이였고 고속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함께 저녁을 맛있게 먹으려고 휴게소에서 간식도 먹지 않았다. 친구는 저녁메뉴와 다음날 메뉴를 고르라며 톡을 보냈다. 1. 삼합 2. 유비끼(붕장어 샤브샤브) 3. 보리 굴비 4. 게장 정식 난 유비끼와 게장을 골랐다. 친구는 삼합을 추천했는데 난 몇 주전에 가족들과 먹어서 패스를 했다. 뒤늦게..

작은 행복 2023.08.13

나를 위한 단호박 찜

2주 전부터 급성 인후염으로 성대까지 문제가 생겨 힘들게 치료중이다. 최대한 목소리를 아껴야 했고 아침 저녁 심한 기침으로 마약까지 처방받아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금요일밤의 알콜도 끊었다. 치료가 길어지니 가족들도 지친 모양이다. 몸이 아프니 마냥 서러웠다. 가족들의 걱정도 잠시 뿐 다들 제 사는데 바빴다. 너무 아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목도 몸도 아팠지만 가장 힘든것은 말을 제대로 못해 의사소통이 힘들었다. 아침 저녁 시끄럽게 지저귀던 종달새는 둥지에서 구거져 거친 숨을 몰아 쉬다.....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힘을 내야 했다. 독한 약을 먹기 위해서는 안 먹던 아침을 먹어야 했다.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어 생각해 낸것은 단호박이었다. 숙성시킨 미니 단호박을 전자렌지에 ..

작은 행복 2023.07.08

금수저의 의미

엄마를 홀로 둘 수 없어 아들 딸집에서 보내게 되었고 우리집에서도 일주일 정도 함께 있었다. 딸집에 올 때면 한가득 음식거리를 싸 오셔서 집 구석 구석 정리도 해주고 시장을 봐서 먹을 것을 해주려고 하셨다. 밤새 이야기를 하고 금방 나물도 주물러서 후다닥 반찬도 해 주던 엄마는 더 이상 없었다. 정말 허깨비처럼 부서질 듯한 백살에 가까운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엄마는 무기력했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대화를 하려고 하면 온통 아빠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득한 옛날 이야기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쉼없이 하셨다. "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우리딸들 옷사주기로 했는디..." "무슨 옷?" "맨날 딸들이 사준 옷들이며 화장품이며.... 나도 우리딸들 젤 좋은 옷 한벌씩 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

행자씨의 홀로 서기

"콩트리씨~" 발신음이 한참 지난 후 명랑소녀처럼 나를 부른다. "TV 보느라 늦게 받았어?" "네~" "저녁은 드셨나요?" "네~" "뭐 드셨어?" "개구리 반찬에 많이 묵었다~" "뭐시여? 힝.. 메뉴를 못 말하는거 보니까 대강 먹었구만!!" "하하하... 아니야~" "오늘은 요가 다녀 왔겠네? 이쁘게 하고 갔다 왔어?" "니가 보낸 요가옷이랑 양말 신고 갔다 왔다. " "최대한 널널하고 시원한 걸로 고른 건대... 양말이 발등이 구멍이 난거 같아도 괜찮지? 할머니들이 뭐라고 해?" "아니~ 그래도 내가 입는것 보고 좋다 했어~" "그래야지... 서울 사람들은 다 그런거 입어.. 뭐라하면 막내딸이 보냈다고 하고 옆에 앉은 할머니 양말 하나줘" "저번 보다는 몸이 많이 부드러워 졌어? 선생님은 잘 따라..

나만의 향수 만들기

내가 가진 감각중에 난 후각이 젤 발달되어 있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 특유의 향기를 기억하고 직접적인 냄새를 맡지 않더라도 그사람의 이미지를 향기화해서 기억하곤 했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지금은 그정도로 상대를 기억하지도 예민한 감수성이 발휘되지는 않는다. 다만 나 자신과 내 가족들의 향기정도로 만족한다. 난 달달한 꽃향이 좋다. 온실속이나 누군가의 정성으로 핀 너무도 잘 가꿔진 꽃향이 아닌.... 그냥 제 힘으로 맘껏 핀 풀숲에 핀 찔레꽃, 색깔만으로 꿀벌들을 윙윙거리게 만드는 나리꽃, 아침이슬 촉촉히 젖여 살포시 고개 숙인 들꽃들,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며 녹지근한 향기를 품고 있는 아카시아향... 또한 조금은 날 사색하게 만드는 자연의 향도 좋다. 싱그러운 봄새잎이 돋은 숲속을 걸을때는 한손가..

작은 행복 2023.07.03